부동산 이야기/정책이야기

마포에 집 매수기 1탄(전세 대란)

Paulworld 2026. 7. 2. 10:54

한강삼성아파트 매수기 1편

이번에 마포에 집을 매수하게 되었다.

토정동 한강삼성아파트다.
지금 전세로 살고 있는 아파트이기도 하다.

사실 처음부터 구축 아파트를 매수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30년 가까이 된 아파트라는 점도 마음에 걸렸고, 리모델링이 실제로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도 확신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막상 살아보니 생각보다 괜찮았다.

동마포에서 몇 안 되는 평지 입지이고, 한강이 가깝다.
지금 사는 집은 한강뷰가 꽤 좋은 편인데, 매수한 집은 완전한 한강뷰까지는 아니어도 반강뷰 정도는 나온다.

학군도 나쁘지 않다.
초등학교 기준이긴 하지만 염리초에 대한 선호도도 있는 편이다.

리모델링 호재도 있다.
물론 안전진단과 사업 진행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리모델링이 잘 진행된다면 한 층 정도 더 올라가면서 한강 조망이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다. 구조도 3베이에 가까워지고, 평수도 늘어난다.

동네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다.
한강이 가깝고, 마포 생활권이 편하고, 교통도 좋다.
물론 강남 접근성을 최우선으로 보면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그 부분만 포기하면 생활 만족도는 꽤 높다.

처가도 가깝고, 무엇보다 회사까지 자전거로 다닐 수 있다는 점이 컸다.
와이프 회사에서도 멀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이 집은 우리에게 꽤 현실적인 선택지였다.


이번 글은 아파트 분석보다 매수 과정 이야기

아파트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자세히 써보려고 한다.

이번 글에서는 매매 과정에서 느낀 것들을 먼저 남기려고 한다.

가장 큰 변수는 시간이었다.

잔금일이 8월 초로 잡혀 있었기 때문에 정말 급하게 움직여야 했다.
호다닥 매매 약정서를 쓰고, 바로 토지거래허가제 신청을 넣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안에 있는 집이다 보니, 구청 허가가 나와야 정식 계약을 진행할 수 있다.
계약, 대출, 잔금, 전세 퇴거가 모두 맞물려 있었다.

하나라도 밀리면 전체 일정이 꼬일 수 있는 구조였다.

그중에서 가장 걱정했던 것은 지금 살고 있는 전세를 빼는 일이었다.

잔금이 8월 초라서 시간이 많지 않았다.
혹시 전세가 늦게 나가면 어떻게 하나.
전세 보증금이 제때 들어와야 잔금도 맞출 수 있는데 괜찮을까.

이 걱정이 가장 컸다.

그런데 막상 시장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뜨거웠다.


전세 걱정은 딱 30분짜리 걱정이었다

약정서를 쓰기로 한 날이었다.

약정서를 쓰는 중에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다.
집을 보러 오는 팀이 두 팀 있다고 했다.

약정서를 쓰고 나서 바로 집을 보여주기로 했다.
그리고 추가로 한 팀이 더 온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솔직히 이때까지만 해도 긴장했다.
집을 보러 오는 것과 실제 계약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첫 번째로 집을 본 팀이 바로 계약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전세는 바로 나갔다.

정말 전세 나갈 걱정은 딱 30분짜리 걱정이었다.

물론 우리 집이 조건이 좋은 편이긴 했다.
한강뷰가 있고, 임대 가격도 주변 대비 괜찮은 편이었다.
그래도 이렇게 빨리 나갈 줄은 몰랐다.

이 순간 전세난을 체감했다.

뉴스로 볼 때와 내가 직접 겪을 때는 다르다.
전세 매물이 부족하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실제로 내 집이 바로 나가는 것을 보니 시장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게 느껴졌다.


체감한 시장 분위기

요즘 부동산 시장은 정말 복잡하다.

정부 규제로 다주택 매물이 줄어드는 분위기가 있고, 대출 규제도 강해졌다.
그런데 동시에 현금 여력이 있는 사람들은 실입주 목적으로 좋은 입지의 집을 매수한다.

결국 시장에서 밀려나는 사람들은 애매한 자산을 가진 30대 부부들인 것 같다.

상급지 좋은 전세에서 살다가 더 이상 같은 조건의 전세를 유지하기 어려워진 사람들.
대출은 막혀 있고, 매수는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직장과 너무 먼 곳으로 가기도 어려운 사람들.

이런 사람들은 선택지가 많지 않다.

회사에서 먼 전세를 구하거나,
무리해서라도 매수하거나,
월세를 받아들이거나,
더 외곽으로 밀려나야 한다.

이게 말로만 듣던 전월세 대란이구나 싶었다.

내가 매수한 아파트에서도 높은 층수의 더 비싼 매물이 사라졌고, 옆 아파트도 신고가 매수 이야기가 돌았다.
정확한 실거래는 확인해봐야겠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분명히 있었다.

좋은 입지의 전세는 줄고, 가격은 오른다.
그 전세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더 먼 곳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그곳에 살던 세입자들은 다시 월세나 더 먼 지역으로 밀린다.

부동산은 생각보다 잔인한 시장이다.

누군가에게는 자산이고,
누군가에게는 거주지이고,
누군가에게는 밀려나는 현실이다.

이번 매수 과정에서 그걸 꽤 직접적으로 느꼈다.


왜 그래도 샀나

물론 나도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강삼성아파트는 구축이다.
리모델링은 호재이지만, 동시에 불확실성도 크다.
분담금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나는 대략 4억에서 5억 정도의 분담금을 예상하고 들어간다.

적은 돈이 아니다.
솔직히 부담스럽다.

하지만 그래도 계산은 해봤다.

리모델링 이후 분담금을 내더라도, 주변 신축 30평대 가격과 비교하면 여전히 차이가 있다고 판단했다.
집값이 떨어지면 리모델링해서 실거주하면 된다.
집값이 오르면 그건 그것대로 고마운 일이다.

결국 이 집은 투자와 실거주의 중간에 있는 선택이다.

순수 투자로만 보면 더 좋은 선택지가 있을 수도 있다.
실거주 만족도만 보면 신축이 더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상황에서는 이 집이 꽤 현실적인 답이었다.

마포 생활권, 한강 접근성, 출퇴근, 처가와의 거리, 와이프 회사와의 거리, 리모델링 가능성, 가격 메리트.
이 요소들을 모두 놓고 보면 결국 이 집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집을 산다는 것

집을 산다는 것은 숫자를 맞추는 일인 줄 알았다.

매매가, 대출, 취득세, 복비, 잔금, 전세금, 분담금.
엑셀로 계산하고, 시나리오를 만들고, 감당 가능한지 따져보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것도 맞다.

하지만 막상 매수 과정에 들어가 보니 집을 산다는 것은 숫자 이상의 일이었다.

매도인과 일정을 맞춰야 하고,
전세를 빼야 하고,
토지거래허가를 기다려야 하고,
대출 일정을 맞춰야 하고,
금리 변동도 신경 써야 한다.

그 사이에 계속 마음이 흔들린다.

이 가격이 맞나.
너무 급하게 사는 건 아닌가.
리모델링은 정말 될까.
전세는 제때 나갈까.
잔금은 문제없이 치를 수 있을까.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이 바뀐다.

그래서 집 매수는 단순한 거래가 아니라, 꽤 큰 심리전이기도 하다.


마치며

이번에는 일단 집을 매수하게 된 배경과, 매매 과정에서 체감한 전세난 이야기를 먼저 정리했다.

무엇보다 이번 과정에서 부동산 시장이 생각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전세는 생각보다 훨씬 빨리 나갔고,
좋은 입지의 매물은 빠르게 사라졌고,
사람들은 규제와 대출 사이에서 각자의 선택을 하고 있었다.

나는 아직 이 선택이 완전히 맞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집값은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다.
리모델링도 생각보다 잘될 수도 있고, 오래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우리에게는 꽤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집값이 떨어지면 리모델링해서 살고,
오르면 고맙게 받아들이면 된다.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는 계약 과정, 토지거래허가제, 대출, 잔금, 리모델링 기대와 리스크까지 하나씩 정리해보려고 한다.

집을 산다는 게 이렇게 복잡한 일인지 몰랐다.
그래도 결국 내 삶의 동선을 직접 선택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무섭지만, 조금은 기대된다.